여름이 슬슬 지나가고 아침 기온이 어느덧 선선해졌다. 날씨도 짙은 구름보다는 맑은 날씨가 더 많아진듯 하고 해서 혹시나 하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오늘 아침 새벽 눈뜨자 마자 본 하늘은 꽤나 청명했다. 

올타쿠나 오늘 간만에 비행좀 해보겠구나 하고 서둘로 집을 나섰다. 교관님도 일찍 나오라고 하시고.. 해서 7시 10분쯤 김포에 도착했다.

오늘 비행은 여자 교관님과 에코 그리고 위스키 쥴리엣이어서 나를 빼고는 모두 여자인 참 특이한 조합이었다. 

일찌감치 플랜을 낸 후 컵라면과 마실거리를 싸들고 주기장을 나섰다. 

오늘 비행기는 포나이너, 멀리 맑은 하늘이 우리를 반긴다.


그런데 아뿔싸, 교관님이 항공기 탑승일지를 검색대 앞 화장실에 두고오신거다.

정말 100미터 달리기 하듯 뛰어서 탑승일지를 가지러 갔다오느라 땀을 뺐다.

한참을 달려 비행기로 돌아와보니 다들 분위기가 이상하다. 오늘 가기로 된 또다른 팀의 교관님이 지금 현재 양양 기상상태가 안좋으니 좀더 기다렸다 가자는 의견을 냈다.

결국 교관님도 동의를 하고 일단 플랜을 취소한 다음 비행대기실로 되돌아갔다.

METAR를 보니 400에 구름이 걸려있는데 비행장 아래에 짙게 깔려있다고 한다. 

TAF에는 점점 나아질거라고 하는데 언제 개일지는 정말 모르겠다.

예전에도 이런일이 있었는데 그때도 해가 떠오르고나서 겆혔는데 이번에는 어떻게될런지.


9시가 지나고 10시가 되어서야 조금 나아지는듯 한데 이미 다른 교관님은 스케쥴을 취소하신 상태. 우리는 일단 갈수 있을 때 가보자는 의견이 강해서 결국 10시 반쯤 TO하는것으로 결정했다.

마침 양양에서 조인하기로 한 로미오가 막 양양에 도착할때쯤 되어 기상 Report를 해주었는데 조금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10시 반 드디어 주기장으로 향하다


청명한 김포 하늘


구름을 피해 내려간 대관령의 모습


진부를 넘어가는길... 


김포->양양은 위스키 쥴리엣이 수행하고 나는 못잔 잠을 보충하기 위해 눈을 붙였다. 

간만에 비행기에서 꿀맛같은 잠을 자고나서 보니 어느덧 비행기는 대관령을 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우리의 자가용 조종사께서 구름을 피해 조종하느라 정신이 없으신거다. 

구름을 피해 내리고 내려왔더니 거의 산 중턱에 걸려서 이제는 더이상 내릴곳도 없는 상황. 결국은 운중에 돌입해서 계기만 보고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강릉상공에 다가갔을땐 해변보이기 시작하면서 강하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구름들이 공항전방으로 모여있는 상태라서 막상 파이널 5마일 전에서 활주로 식별이 쉽지 않은 상태였다. 거의 4마일이 되어서야 활주로가 인사이트 되었는데 정작 타워에서는 우리가 보이지 않았나보다. 우리가 보이지 않는다며 Continue Approach를 줬다.

마지막 3마일쯤에 겨우 인사이트! Cleared to land rwy 33를 받고 내릴 수 있었다.


어쨌든 내리긴 내렸지만 일단 기상이 상당히 안좋은게 사실. 좀더 기다렸다가 나가기로 하고 누가 먼저 나갈지를 정했다. 나는 솔로 체크만 받으면 솔로를 나갈 수 있는 상태였지만 나머지 두 여자조종사는 먼저 이니셜 솔로 체크를 받아야 했기에 둘이 먼저 나가서 공중에서 교대하며 체크 받기로 하였다. 

그런데 기상상황이 생각보다 빨리 좋아지진 않았다. 그래서 다시 순서를 바꿔서 내가 먼저 프리 솔로체크를 받은 다음 솔로를 하러 가기로 하고 플랜을 제출했다. 

엔진 시동을 걸고... 택시... 그런데 택시하기 전 파킹브레이크 릴리즈 하는걸 깜빡 했다가 지적받았다. (지적사항 1)

런웨이 정대 후 이륙.. 활주로 끝에 구름이 많았다. 500피트 상승 후 우선회를 요청하는데 타워에서 운중에 진입한거 아니냐고 물어본다.

아직은 괜찮은 편인데.. 잘 보인다고 말해주었다.

이제 다운윈드 구간. 파이널 진입구간을 보니 구름이 좀 많았다. 베이스를 돌아 파이널에 진입하는순간 구름이 활주로를 가로막고있었다.

이런 젠장,,

타워에서도 우리를 놓쳤는지 이번에 풀스탑 하시죠 라고 먼저 건낸다. 결국 우리도 이버에 풀스탑 하겠습니다 라고 전달했다.

Confirm, clear to land rwy 33,


활주로 정중앙을 가로막고 있는 구름을 피하느라 축선에서 상당히 오른쪽으로 들어갔다. 간신히 축선을 맞추고 내렸다.

다행히 교관님이 "랜딩은 잘 하네~" 라고 말씀해주셔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일단 이것으로 솔로 비행은 가능!!


비행기를 주기하고 하늘을 보니 암울 그 자체.. 모두의 낮빛이 어두웠다. ㅜㅜ

양양공항은 택시웨이 A를 양쪽으로 낮은 관측소가 있는데 여기서는 활주로가 모두 보인다. 그래서 나는 타워의 허락을 받고 관측소로 가 보았다.


파이널에 구름이 뭉쳐있는게 보인다.


양양공항을 런웨이쪽 관측소에서 바라본 모습



하지만 확실히 구름은 육지쪽을 향해서 겆혀가고 있었다. 

오후 2시쯤이 되자 활주로 부근의 구름은 확실히 줄어들었고 점점 비행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플랜 제출을 한차례 연기하고 겨우 두 여 조종훈련생의 솔로 점검을 위한 비행이 시작되었다.

나는 공항에서 합류한 로미오와 이 둘의 착륙 훈련을 지켜보기로 하고 관측소로 향했다.


구름이 겆히고 관측소에서 바라본 활주로 모습


STOP 사인. 저기를 넘어가면 바로 활주로다. 물론 무단 횡단하면 불법!


보통 이니셜 솔로 체크는 세번의 착륙 후 최종 사인을 받게 되는데 왠지 네번째까지 조종사의 목소리가 그대로다. 아무래도 승인이 안된걸까.

네번의 착륙 후 다음 에코의 목소리가 라디오로 들렸다. 음 이제부터 시작이군.

세번의 착륙.. 그런데 또 리퀘스트 터치앤고? 오잉? 

아~ 아직이구나... 라디오로 들리는 목소리에 왠지 힘이 빠져있었다. 대략 다섯번 정도의 착륙을 마치고 4시쯤 다시 주기장에 돌아왔다.

역시... 두 조종사들의 얼굴이 밝지 않다. 교관님도 무지 아쉬운듯한 표정이다. 

하지만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5시45분이 되면 공항을 떠야했기에 한시바삐 플랜을 내고 나가도 솔로를 30분 하기도 간당간당 하다.

4시 30분으로 플랜을 내고 비행기로 달려갔는데...

왠걸 갑자기 바다쪽에서 해무가 활주로를 덮기 시작한다.

비행기 너머 활주로에 뿌옇게 보이는 안개


이런 젠장!!! 왜 안개가 활주로 위를 덮어가고 있을까... 타워를 올려다 보니 타워 근무하는분들도 안개를 주시하고있는듯 보였다.

무리해서 Engine startup 을 요청하고 싶었지만 안그래도 신경이 날카로울 판에 바로 스탠바이를 주거나 비행 취소를 종용할거 같아서 교관님께 비행취소를 요청드릴수 밖에 없었다. 교관님도 상태를 보니 안전을 위해서 비행을 취소하는게 낫다고 했다.

조종사라면 비행기술도 중요하겠지만 올바른 판단으로 안전을 지키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는 수 밖에.


안개가 야속하기만 하지만 이제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김포로 떠날때가 되었다. 어쨌든 이 비행이라도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플랜을 내고 엔진 시동을 요청하기 무섭게 타워에서도 곧바로 Startup engine approve 사인이 떨어졌다. 아마도 기다리고 있었던듯.


돌아가는 비행은 큰 문제없이 진행됬다. 구름이 조금 있었지만 진부를 넘어갈때 다행히 구름 옆으로 돌아서 구름속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바람도 4-5노트 정도 정풍으로 고도 유지하기도 수월했다.

다만 Frequency 변환 요청 지점을 몰라 교관님에게 지적을 당했다. 

양양공항을 떠날때는 3500피트 이상 혹은 공항으로부터 3 5마일 떠난 지점 중 먼저 도달하는곳에서 강릉 어프로치 컨택

진부에서 KARBU를 지나 안양으로 지나갈때는 KARBU 전 10마일 전에 요청하여 서울 어프로치 컨택

이렇다.


그리고 보통 인천 인포메이션에 컨택할때는 134.17로 교신을 요청했는데 관제사분이 이 주파수는 IFR을 위한 주파수고 인천 FIC는

126.90 으로 컨택하라고 하신다. 다음부터는 VFR로 비행할때 이 주파수를 사용해야겠다.


KARBU를 지날때쯤부터는 연무가 짙게 드리워져 있어서 전방 시정이 매우 좋지 않았다. 수직 하방으로는 잘 보이지만 앞쪽으로는 그냥 뿌연 상황.

그래서 그런지 서울 어프로치에서 간격 분리를 위해 Radar vector를 준다. 그리고 시에라 상공까지도 거의 6000피트를 유지하며 날아갔다.

시에라를 지나 킬로에 진입하였는데 공항이 뿌옇다.

멀리 흰색-녹색의 공항 등대도 보이고... 항공법에 따르면 공항등대는 야간에만 켜는데 주간에 키는경우는 시정 3마일 이내 구름 1000피트 이하일때 킨다고 했다.

김포 타워에 컨택하자 대뜸 공항이 인사이트 되냐고 물어본다. 

공항등대가 보이긴 하지만 활주로가 확실히 보이진 않아서 일단은 좀더 진행하기로 했다. 

가까스로 공항을 인사이트하자 타워에서 바로 다운윈드 진입을 허가한다. 런웨이는 32L

역대 김포 어프로치중에 가장 빠른 장주진입 허가였다.

우선회하여 다운윈드로 진입하자 좌측으로 32L로 착륙하는 여객기가 보였다. 우리는 그 다음이다. 여객기가 내리자마자 우리에게 

베이스 선회를 지시한다. 그리고 곧바로 파이널. 아래 동영상은 그 전체 과정을 GoPro로 촬영한 영상이다.



택시웨이에서 마지막에 J에서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를 혼동해서 헷갈려하는 부분이 나온다.

통상 스팟으로 들어오는 항공기는 J 인바운드를 통해서 들어오고 나갈때는 J 아웃바운드(P 라인에 가까운곳)로 나가는데 이번에는 우리 전 스팟에서 비행기가 출항하려고 푸시백을 한 상황이라 딜레이를 막기 위해 그라운드에서   J 아웃바운드로 진행할것을 제안한건데 나는 아무 생각없이 늘상 다니던 J 인바운드로 들어갈려다가 교관님이 아웃바운드는 여기가 아닌데 하면서 그냥 직진하라고 하신거다. 급히 러더를 차서 직진방향으로 돌리고 아웃바운드로 들어가니까 우리 옆에 스팟에서 비행기가 출항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마트면 저 비행기 뒤에서 한참 기다릴뻔 했다.


다음에는 줄리엣 아웃바운드인지 인바운드인지 꼭 확인하고 진행해야겠다.


오늘은 이런저런 사건사고가 많아서 정리할게 많았다. 그래도 많은것들을 깨닫게 한 기억에 남는 비행이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