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종사라면 누구라도 정신이 번쩍들 기사가 나왔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불시점검에 3명 탈락"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3122708381968283
기사 내용을 간추리면 샌프란시스코 사고를 계기로 훈련실태를 점검하고자 동일 항공기 조종사를 대상으로 유사한 시험 환경을 통해 불합격한 조종사가 있었고 심지어 퇴사가 결정된 조종사도 있었다는 소식인데...
비행기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는 일반인이 기사를 본다면 가장 먼저 그동안 실력이 부족한 조종사가 조종간을 잡고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을것이고 다음으로는 그래도 그런 조종사들이 걸러져서 다행이겠다 하는 안도감이 들 것이다.
그런데 실제 내부에서 벌어진 과정은 조금 다른거 같다.
일단 특정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서 나머지 조종사 모두를 잠재적 사고 유발 요인으로 간주하고 조종면허를 걸고 시험을 보게한거 자체도 그렇거니와,
심 테스트를 진행하기 전부터 이미 탈락 인원이 할당되어 있었다는게 또 다른 논란거리다.
조종사 면허라는것도 결국은 그 자격을 증명하는 것이지 면허증에 시험 점수가 붙는다거나 하는건 있을 수 없다. 의사나 변호사가 고시를 통과한 후에는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데 아무 제한이 없는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조종사는 조종 감각이 계속해서 유지되어야하는 업종의 특성상 그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테스트를 거치며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
항공사마다 세부 규정은 다르지만 보통 1년에 2~3차례 정규 시뮬레이터 시험이 있고 대체로 1회 낙방은 허용하지만 2번 이상 탈락하면 여지없이 권고사직 또는 강등을 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럼 이번 시험은 대체 어떻게 진행되었길래 그렇게 혹독한 과정을 거친 조종사들이 무더기로 탈락하게 되었을까?
일단 문제는 작정하고 치르는 시험, 통과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애초에 탈락할 인원이 정해진 시험이었다는 거다.
시험 환경을 살펴보면 이렇다.
기사 내용중 이런 내용이 나온다.
"먼저 측풍이 시속 30노트(kts) 속도로 분다는 전제아래 육안으로 활주로를 확인하고 착륙하는 훈련(Visual Approach)이 실시됐다. 같은 조건에서 최고 출력(HIGH ENERGY)인 경우 착륙 훈련도 진행됐다.
이어 측풍이 25kts로 불고 100피트(ft) 상공에 구름이 꽉 찬 상태에서 글라이드 슬로프(glide slope)가 꺼졌을 때의 착륙 훈련과 1200피트까지 구름이 찬 상태에서 측풍 35kts인 경우 착륙 훈련이 병행됐다."
이 시험 환경이랑 샌프란시스코랑 어떤 연관이 있을까? 알려져 있다 시피 아시아나 214편 사고 당시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할시 적절한 강하율을 지시하는 장비인 글라이드 슬로프 혹은 GS가 없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바람은?
당시 환경을 보면 바람 방향이 210도에 6노트, 가시거리 10마일, 구름이 1600feet에 조금 있었다. 그것도 데이터에 나온것일 뿐 실제로는 바람이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착륙예정 활주로 방향은 280이므로 측풍 요소는 불과 2노트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결국 위 시험 환경에서 측풍 30노트, 구름상태는 그냥 억지로 끼워 넣었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시험이니까 더 어렵게 출제해야되는거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꺼라 생각된다.
그럼 위 상황을 어떻게 비유하면 좋을까?
만약 자동차 운전면허 시험을 보는데 안개가 자욱해서 바로 앞차 뒷범버도 보이지 않고 게다가 길은 완전 빙판이라 이리저리 미끌거리는 길에서 시험을 보라면 과연 제대로 면허증을 딸 운전자가 얼마나 있을까?
측풍 30노트를 아래 표에 따라서 변환해보면 무려 55km/h라는 어마어마한 바람 속도가 나온다.
SPEED CONVERSIONS - KNOTS, MPH, KPH | ||
---|---|---|
Knots | Miles per Hour | Kilometers per Hour |
1 | 1.152 | 1.85 |
2 | 2.303 | 3.70 |
3 | 3.445 | 5.55 |
그것도 순전히 측풍요소만 따졌을때 그렇다는 거다.
아래 동영상을 보면 측풍이 착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볼 수 있다. 이 영상에 나오는 바람도 물론 세지만 결고 30노트 정도 수준은 되지 않는다는점을 참고하면 좋겠다.
물론 보잉 777항공기의 운용 메뉴얼에 따르면 측풍 한계치는 아주 조금 더 높다.
보잉사의 Manual에 따르면 777기종의 Maximum demonstrated crosswind limit은 38노트다.
이것이 항공기의 최대 한계로 명시하진 않았지만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이 제한치를 기본으로 해서 규정을 만든다.
하지만 여기서 분명한것은 시계상황이나 계기장비 상태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거다.
안개가 잔뜩 껴서 앞도 분간 안되는 도로에 속도 계기판도 고장난 차를 운행하라고? 이건 미친 소리다.
마찬가지로 제대로된 조종사라면 저런 상태의 공항에 무리하게 착륙하는건 절대 해서는 안될 행동이다.
그런데 저런 억지 시험을 만들어놓고 조종사에게 면허증 걸고 시험을 보라고 하는게 과연 항공안전에 어떤 도움이 될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오히려 저런 상태에서는 대체 공항으로 돌아가도록 하는게 정상적인 절차라고 보여진다.
내가 승객이라고 하더라도 저런 상태의 활주로에 착륙하기 위해 도박을 벌이는 조종사보다는 안전하게 대체 공항으로 돌아가는 판단력있는 조종사가
더 훌륭하다고 생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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