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8일 스케쥴이 있었지만 실컷 늦잠을 잤다. 전날 전국적으로 비구름이 몰려오고 밤새 폭우가 쏟아진 탓에 이번 비행은 당연히 No go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잠속에 빠져있었는데 9시쯤 전화벨이 울린다.

"네? 비행을 가자고 하는분이 있다고요?

"네~ 만약 비행을 못하면 가고 오는 페리도 본인이 하시겠다는데요? 다른 한분은 못간다고 하셨구요"

"아 네 그럼 지금 챙겨서 나가겠습니다~"

뚝.


헐... 이런날에 누가 비행을 간다고. 뭐 특별히 할일도 없고 비행 못해도 페리를 하신다니 그냥 다녀오면 되겠군. 

이렇게 부리나케 챙겨서 집을 나섰다.

혹시 아랴 운좋게 날씨라도 좋으면 딸랑 두명이서 하루종일 비행하면 꽤 많이 비행할수도 있겠다 싶었다.

김포에 도착하니 어느덧 10시. 출발 예정시간은 11시란다. 오늘 같이 비행갈 분은 지난번에 등장했던 위스키 줄리엣 씨.

여자분이 비행에 대한 의지가 대단하다. 

METAR와 TAF를 보니 양양의 날씨가 의외로 괜찮다. 아직까지 운고는 1000 언저리지만 앞으로는 계속 올라갈듯하고 시정이 6000? 정도였다.

다른 교관님들 스케쥴은 이미 빨간줄이 그어져 있었고 우리만 나가게 되는거다.



김포공항 14R로 이륙하면서 바라본 김포공항의 모습. 구름이 좀 있지만 시정은 괜찮다.



항로를 타고 상승중... 근데 이때쯤 엔진 소리가 이상해서 되돌아갈뻔 했다.

고도를 올리면서 Mixture를 Lean 하게 조절했는데 엔진에서 이상한 진동이 발생한다. 

왜이럴까.. 이거 비행기도 오래되고 낡아서 그런가? 

혹시나 해서 Mixture를 한번 Full Rich하게 해보라고 조언했는데 신기하게도 엔진이 정상작동하면서 진동이 사라진다.

이거 Fuel Flow 계기가 자꾸 Fluctuation이 생기면서 이상현상이 생기는데 감으로 Mixture를 조절했더니 연료공급이 조금 부족했던거 같다.

그래서 무사히 양양 도착.

교관님이 나보고 먼저 솔로 로컬을 다녀오라고 하셔서 양양에 도착하자마자 VFR플랜을 냈다. 제출을 거의 1시 20분쯤 했던거 같은데 시간도 없고 다른 비행기도 없고 해서 조금 일찍 45분쯤 나가서 시동 요청을 해보았다.

"Yangyang TWR, PS####, at spot 4 request engine start up"

...

"비행 1시간 전에 플랜 제출하는거 알고 계시죠?"


"네 알고있습니다. PS$$$$"


"2시 25분에 다시 요청하세요"


이런... 남에 마음도 모르고 이렇게 딱딱하게 나오시다니...

간만에 비행좀 하나 했더니 이렇게 안도와주나..?


결국은 2시 25분 정각에 시동을 걸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솔로 로컬은 주문진항 주변을 그냥 돌고 돌면서 비행하는거다. 

솔로도 처음이 어렵지 막상 몇차례 하게되면 별거 아닌게 되나보다. 

물론 쉽다는게 아니라 느낌이 그렇다는 거다. 

특히나 교관님도 없고 혼자서 비행을 해야하기때문에 만약 무슨일이 생길까봐 무리한 기동도 하기 어렵고 그저 수평 선회비행만 하게 된다.

그래서 이렇게 셀카를 찍어보았다.



솔로비행 인증샷



이렇게 한시간여 비행 후 RTB를 요청한다.

"Gangneung APR, PS####, Mission complete and RTB to Yangyang Airport"

"PS####, roger report yangyang airport insight"

"Roger report yangyang airport insight, PS####"


회항절차는 김포보다 훨씬 간단하다. 

돌아오는 중간에 활주로 방향이 바뀌어서 D로 진행한 다음 Downwind로 진입하여 RWY15로 착륙하였다.


이제는 드디어 위스키 줄리엣의 솔로 체크 비행이다. 이니셜 솔로는 역시 3번 T&G후 승인을 받고 나가야 하므로 교관과 함꼐 비행을 나섰다.

그런데 시동을 거는 소리가 조금 힘겹게 들린다. 기분탓인가? 

어쨌든 시동이 걸려서 이륙~ 순식간에 3번의 터치앤고 후 지상에 내린다. 과연 결과는??? 

예상대로 승인이 났고 바로 이니셜 솔로에 들어갔다. 

아마 비행을 하면서 가장 떨리는 순간이 아닐까? 내리면 뿌릴 물을 준비하겠다며 잘 하고 돌아오라고 해주었다. 마침 오늘 날씨도 별로라 들어온 항공기도 없어서 솔로비행을 하기에는 최적의 타이밍이었다. 다만 비행기가 문제였을 뿐.

위스키 줄리엣이 비행기에 오르고 엔진 스타트를 시작했다. 

푸륵푸륵푸륵.... 

엥?? 왜저러지

다시한번 크렁크렁 푸르륵 푸르륵...

나의 첫번째 솔로가 생각나면서 뭐 저러다 걸리겠지 했는데 무려 다섯번이 넘게 시동을 걸었는데도 걸리지가 않는다. 

이제 배터리 전압이 떨어지면 더이상 시동을 걸지조차 못하는 상황이 된다. 정상 전압은 28V인데 이제 25까지 떨어지고 시동거는 소리도 이전같지 않다. 

솔로비행은 커녕 김포로 돌아갈 수 있을지조차 불분명한 상황.

결국은 정비사님이 투입되었다. 다행히 급유차의 배터리가 28V 전압을 사용하고 있어서 충전은 가능하지만 그것도 최소한 2시간은 걸리기 때문에 양양공항이 문을 닫는 6시 이전에 뜰 가망이 없어졌다.



간신히 정비를 마치고 배터리를 원위치 시켰을때는 이미 공항 폐쇄 시간을 훌쩍 넘긴 7시 무렵. 조심스레 다시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정말로 마법처럼 시동이 다시 걸리기 시작했다. 

어쨌든 엔진이 돌아가긴 했으니 내일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다음날 아침 위스키 줄리엣은 결국 첫 솔로비행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김포로 RTB

돌아오는 비행은 내가 맡았다. 페리로 낮에 돌아오는건 간만이었는데 마침내 김포에 도착하니 김포타워의 목소리가 이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마지막 선물은 찰리 교관님으로부터 받은 솔로 윙 뱃지. 이걸 달기위해 그 고생을 했다니.. 정말 뿌듯했다!

이제 나도 어엿한 솔로 조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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