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22 (토)

간만에 아주 화창한 날씨가 찾아왔다. 날씨도 선선해지고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려나 보다. 

오늘은 간만에 양키 파파와 같은조로 스케쥴이 잡혔다. 마침 나는 솔로 크로스만 남았고 양키는 솔로 로컬만 남은 상태.

이제는 규정이 바뀌어서 교관 1에 학생 3명이 타고 가서 훈련하던걸 2명이 가는걸로 되었다. 이렇게 되면서 비행시간이 약간 빠듯해 졌는데 오늘은 마침 뒷 타임이 캔슬되면서 6시까지 양양에서 풀로 비행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오전 첫타임도 캔슬이 되었다는걸 10시에 도착해서야 알게되어 참 아쉬웠다. 잘하면 하루만에 5시간을 모두 채워서 올 수 있었을 텐데

어쨌든 헐래벌떡 출발 준비를 하고 10시30분 이륙으로 플랜을 제출했다. 뜨는건 언제나 헐래벌떡이다. 


백싯으로 가면서 뒤돌아본 김포공항의 모습


간만에 아주 시정이 좋다.


중간에는 구름이 좀 많았다.


 가는도중에 약간의 헤프닝이 있었는데 인천 인포메이션에서 자꾸 우리 옆으로 근접해서 비행하는 Unverified 항공기가 있으니 주의하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그래서 열심히 눈으로 지나가는 항적을 찾았지만 아무리 해도 찾을 수 없는거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눈앞에 똥그랗게 생긴 밝은 오렌지색의 물체가 약 500~1000피트 아래에 보였다. 처음에는 기상관측용 기구인가 했는데 주변 지형의 이동속도와 비교할수 없을정도로 빠르게 우리 오른쪽을 지나서 시야에서 사라지는거다. 이건 뭐지? 교관님도 뭐가 저렇게 빨라? 라고 하셨는데 아직도 이게 뭐였는지 모르겠다. 그저 촬영하지 못한게 아쉬울 따름. 혹시 이게 말로만 듣던 UFO가 아닌지.. 비행을 하다보면 참 신기한거 이상한것들을 많이 마주친다.

 설악산 상공에는 병풍처럼 두른 구름들이 짙게 드리워져 있어서 진부를 지날때는 구름 사이를 요리조리 피하며 비행을 했다. 교관님은 이런게 VFR비행의 재미라고...


 3번의 터치앤고 후 내가 먼저 크로스컨트리를 가게 되었다. 지금 시각은 약 12시 40분. 2시간 반은 채워야되는데 13시 쯤 뜨면 15시 30분에는 내려야 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바로 양키가 떠서 로컬을 갔다가 17시 30분에는 양양을 떠야 하므로 시간은 그리 넉넉친 않았다. 

내리자마자 바로 이륙이라서 점심으로 먹을 간식거리를 챙겨 바로 비행기에 올랐다. 

 솔로 로컬과는 달리 크로스컨트리는 어느정도 계기 조작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의 현재 위치를 아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중에서 나의 위치는 무엇을 찾는가?

 우선은 GPS장비가 있다. 이 장비에는 항로에 대한 정보, Fix, VOR장비의 위치가 저장되어 있어서 Nob를 돌려서 해당 위치를 선택하면 그곳과 나의 상대적인 위치와 방향이 디지탈로 표시된다. 예를들어 양양에서 울진으로 가는 길목에는 Gangwon VORTAC, 강릉공항 그리고 울진공항(RKTL)이 있어서 이 좌표를 입력하면 내가 항로의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다음은 VOR, DME장비를 활용하는 것이다. 중요 지점에는 VOR 송신장치가 있는데 이 송신장치는 360도 방사형태로 전파를 발사해서 해당 전파가 수신되는 방향과 거리를 계산할 수 있게 해주는 장비다. VOR장비의 주파수에 맞추면 3자리의 식별 코드가 모르스 부호로 송신되고 이를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단지 주파수만 맞춰서는 내가 어디있는지 VOR이 어디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위와 같은 VOR계기의 원판을 돌리다 보면 바늘이 똑바로 수직이 되는 각도가 나온다. 이때 화살표가 TO를 지시하고 있다면 해당 각도가 비행기로부터 VOR 스테이션의 방위가 된다. 반대로 FR을 지시하고 있다면 해당 각도는 VOR 스테이션으로부터 내 비행기의 위치가 되는것이다. 

간단한 원리지만 공중에서 조작하면 내가 반대로 가는건지 햇갈릴 수 있다. 계기를 완전히 마스터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익숙해져야하는 장비다.


 이전 포스팅에도 언급했지만 양양-울진 크로스컨트리에는 중간에 원전이 있어서 이 지역은 최소 반경 7마일 이상으로 멀리 떨어져서 가야한다.

하지만 울진원전에는 VOR장비 따위는 없으므로 사실상 눈으로 보면서 최대한 바다쪽으로 지나가는게 상책이다.

내 뒤에 갔던 로미오는 너무 가까이 붙어서 갔는지 Korea Coast Guard에서 Guard주파수로 호출하고 레이더벡터를 받기까지 했다고 한다.


 한참 가다보니 배도 고프고 해서 공중에서 밥도 먹었다. 항상 여객기를 타며 스튜어디스가 주던 기내식만 먹다가 내가 직접 챙겨온 샌드위치를 먹으니 기분이 묘하다. 외롭기도 하고.. 비행이란 이렇게 고독한건가..? 생택쥐베리는 야간비행이라는 책에서 비행의 멋스러움, 낭만 그리고 고독을 멋진 글로 남겼더랬지. 21세기를 사는 나는 블로그를 남기고 있다. 음... 이것도 언젠가 책으로 나올 수 있을래나?


아무튼 첫 크로스컨트리라서 5500피트를 계속 유지하고 가느라고 딴것도 못하고 그랬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별일 없으면 저공으로 내려가서 비행해도 큰 문제는 없다고 한다. 물론 너무 낮게 날면 안되겠지만.. 


2시간여의 비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3시가 조금 넘은시각에 양양에 도착해버렸다. 생각보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터치앤고를 한번 하고 Full stop을 했다. 간만에 측풍이 불어서 그런지 제원을 잘 못맞추고 한번 바운싱을 해버렸다. 젠장... 


돌아오는 비행은 5시45분에 떴다. Engine Startup을 요청하고 Taxi를 요청하니 타워에서 부른다. 

"5시 45분에 컨트롤존 떠나도록 플랜을 짜는데 혹시 문제가 있나요?"

이건 숫제 왠만하면 빨리빨리 끝내고 떠나라는 소리다.

그래서

"아 네 다음부터는 좀더 일찍 플랜 제출하겠습니다"

라고 답했다.

이제 6시에 뜨려면 눈치가 장난이 아닐꺼 같다.

KARBU를 지날때쯤 되자 시간이 7시를 넘으면서 주위가 어둑어둑 해지더니 안양을 지나면서는 완전 어둠이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아래 동영상으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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