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

월요일로 정해진줄 알고 토요일에는 연습이나 해야겠다고 생각한 금요일 교통안전공단에서 한통의 전화가 왔다.

"이번에 자가용면장 실기시험 신청하셨다가 월요일로 미뤄지셨죠? 직장인이시고 또 저희도 토요일에 어차피 출근하기도 해야되서 토요일에 시험 치실 수 있게 하려고 하는데 가능하시겠어요?"

아니 이렇게 좋은 기회가..!! 하며 냉큼 "네 그렇게 해주시면 저야 고맙죠" 라고 답했다. 그래서 결국 시험은 토요일로 정해졌다.

아싸!

그렇게 금요일을 보내고 토요일 아침이 되자 정말 말도 안되게 날씨가 좋아졌다. 원래는 금요일은 맑고 토요일부터 흐려지기 시작할꺼라던 일기예보를 들었던 터라 내심 걱정이 되긴 했는데 오히려 금요일보다 훨씬 시정이 좋다.

대신 약간 바람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바람이 연무를 몰아낸듯 하다.

전날 교관님 요청도 있고 해서 6시 반쯤 부랴부랴 챙겨서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김포공항 07:40 교육원

교육원에 도착하자 왠지 모르게 사람들로 북적인다. 아마도 날씨가 좋아져서 일찌감치 비행을 나가려고 하는듯 하다.

시험관님이 아직 오시지 않아서 8시반까지 일단 대기

잠시 화장실을 간 사이 먼저 시험관님이 오셔서 비행을 나가셨단다.

그래서 나는 1시간 가량을 기다린 후 다른 인솔 교관님을 따라 계류장을 나섰다. 

나서기 직전 확인한 메타는 100도에 10노트 정도의 바람. 측풍성분은 거의 6~7노트 정도로 꽤나 센 바람이다.

아니나다를까 계류장으로 나오자마자 볼에 닿는 바람이 조금 세게 느껴진다.

그치만 그동안 괴롭혔던 뿌옇던 하늘은 다시 본연의 가을 하늘을 되찾았다.

이제 나가기만 하면 된다. 

오늘 나와 비행할 비행기는 1150.

멀리서 14로 파이널로 진입하는 세스나가 보이고 휘청휘청하더니 랜딩을 한다. 오늘 바람이 세긴 센가부다 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이게 나랑 바톤터치할 비행기다.

평소와 다르게 느릿느릿 택시한 비행기가 이윽고 스팟에 정대한 후 교관님이 내리셨다. 

교관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학생조종사와 잠시 인사를 나눈 후 비행기 문을 열고 시험관님께 간단한 인사를 드렸다.

나머지는 체크리스트데로 외기점검, 엔진스타트를 수행한다. 

오늘따라 좌석이 잘 안맞는거 같기도 해서 자리 조절을 몇차례 반복했다. 

다행히 엔진은 한방에 걸렸다.

택시도 크게 문제없이 평소대로 P에서 대기 후 D3를 거쳐 14L라인업 지시를 받았다.

활주로에 정대한 다음 크게 심호흡 하며 이륙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데 난데없이 타워에서 우리를 호출한다.

"PS####, 혹시 활주로 근처에 흰색 봉다리가 날리는게 보이십니까?"

엥... 웬 아닌밤중에 홍두께라고 봉다리라니.. 그런게 활주로에 있을리가...??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정말 말도 안되게 사람크기만한 흰 봉다리가 좌측 활주로 근방에 굴러다니고 있는거다.  

"Looking out PS###.... 아 저희 왼편에 흰 봉다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륙은 가능할꺼 같습니다!" 라고 전달했다.

그러자 타워에서

"네 알겠습니다. 주의해서 이륙하십시오 PS#### Cleared for take off RWY 14L wind 100 at 10 knots"

"Roger cleared for take off RWY 14L PS####!!"

라고 외치고 이륙을 시작했다. 

나는 속도계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순간적으로 바람이 불어서 봉다리가 활주로 안으로 들어왔다. 교관님이 능숙하게 타워에게 "이물체가 활주로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조치가 필요할꺼 같습니다" 라고 전달했다.

 Air speed alive, 40, 50 엥??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조종간을 당기지도 않았는데 기체가 부양을 시작했다.

측풍에 꼬리날개가 우측으로 밀리면서 왼쪽으로 회전을 한다. 재빠르게 러더를 차면서 피치를 눌러주었다.

다행히 크게 밀리지 않고 상승을 할 수 있었다.

이제 K를 지나 S로 진행. 

모든 시험은  S와 J상공 사이에서 진행되었다.

시험관님은 그냥 조용히 뒤에서 계시고 교관님이 평소대로 기동을 지시하면 나는 그 기동을 수행하는 식이었다.

처음엔 Slow Flight 그리고 Power Off 스톨 그런다음 한바퀴 돌아서 Power On 스톨

계속 진행하다가 송도 타워를 바라보며 스팁턴 1회전.

다시 되돌아서 이머젼시 절차를 기체 조작 없이 모의상황으로 구두로만 진행하였다.

그리고나서 바로 김포로 돌아가겠습니다 라고 시험관님께 이야기하고는 바로 돌아왔다.

김포에 돌아올때쯤에는 1163가 K에서 2500 고도로 홀딩중이었는데 우리는 3000을 받고 들어와서 충돌에 주의하며 열심히 맴맴 돌았다.

한 4바퀴쯤 돌았을무렵 강하를 지시했다. 평소보다 홀딩이 좀 길어진다 싶었는데 교신을 들어보니 새들이 활주로에 몰려와서 14R이 일시적으로 폐쇄가 되었다. 덕분에 모든 비행기의 이착륙이 14L로만 진행되느라 우리같은 조그만 비행기는 착륙할 틈이 없었던거다.

이제 드디어 랜딩.

우리 아래에서 홀딩하던 세스나를 뒤따라서 강하를 시작했다.

오늘은 측풍이 많아서 플랩은 10만 쓰기로 하고 베이스로 턴을 했다. 

특히 내가 내릴때쯤에는 타워에서 "Cleared to land RWY14L wind 100 at 16knots, 측풍에 주의하십시오~" 라고 주의를 주었다.

이런 16노트라니... 세스나의 POH상에는 세스나의 측풍한계가 15노트 정도다. 아닌게 아니라 파이널에 정대할무렵에는 측풍때문에 활주로와 일직선상으로 가지 못하고 게걸음을 하기 시작한다.

왼쪽 날개를 기울이고 러더로 받쳐주면서 축선을 맞춰나갔다. 속도도 좀더 가져가서 75노트 정도로 맞추고 Threshold에 닿았다.

이때는 스로틀을 완전히 빼야하는데 이게 바람에 신경쓰다보니 조금 늦어졌다보다. 

약간 플로팅을 하면서 한차례 바운싱을 하고 말았다. 다행히 크게 찍지 않아서 한번에 내렸다. 

속도가 서서히 줄자 러더에 올라간 힘을 잠깐 뺐는데 바람이 세서 그런지 기체가 바로 돌려고 한다. 깜짝 놀래서 다시 러더를 찼다.

이렇게 시험이 끝났다.

지금까지 한 비행중에서 가장 정신없이 지나간거 같다. 그냥 정신없이 뭔가를 하다보니 비행이 끝난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잘 되겠지.. 결과는 월요일쯤 나올테니 그때까지 기다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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