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5/31

5월의 마지막날, 5월 첫째날 비행 후 한달만의 비행이다. 5월의 시작과 끝을 비행으로 마무리 하는구나.

마침 오늘이 회사 창립기념일인 관계로 남들 안쉬는 휴일이 생겨서 비행을 하게 되었다. 

스케쥴은 지난주에 신청했는데 오늘 12시쯤에 개인적인 일정이 생기는 바람에 좀 일찍 비행을 시작했으면 해서 7:30분까지 김포공항에 가서 교관님이랑 조인하는걸로 약속을 잡았다. 부리나케 새벽 6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차를 몰고 김포로 출발했다. 남들 일하는 평일이라 그런지 길이 뻥뻥 뚤렸다.

그런데 꼭 이런날 하필 교관님이 오는 길에 교통사고가 발생해서 버스가 한참 지연되었다고 하신다. 결국 8시가 다 되어서 출입처리를 하고 청사로 갈 수 있었다.

더더구나 오늘 배정받은 항공기인 1112가 웨스트에 주기되어있는 바람에 교육원 차를 타고 한참을 돌아가게 생겼다. 

빙 둘러가니 김포공항에 이런것들이 있었나 할 정도로 다양한 건물들과 시설들이 나타났다. 

웨스트에는 해양경찰, 소방헬기 및 항공촬영용 비행기 등 다양한 항공기들이 주기되어 마치 에어쇼장 같았다.



산림청 헬기 옆을 지나가는 교관님 뒷모습. 우리 비행기는 저 멀리 있다.


가는 도중 교관님이 웨스트 택시 절차를 간단히 브리핑 해 주셨다. 웨스트는 바로 활주로 14R 혹은 32L와 W1, W2 택시웨이로 연결되어 있어서 간단한데 간혹 W2에서 D1이나 C1으로 나가서 14L 또는 32R으로 줄 수 있다고 한다.

한참을 걸어가서 비행기를 찾으니 이렇게 반가울수가!

비행기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9시를 지나 해가 한창 뜨거워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부랴부랴 외기점검, 내부 점검을 마치고 김포 딜리버리에 우리가 제출한 플랜도 확인 이어서 바로 엔진 시동을 걸려는데 이런, 시동에 놓아도 프로펠러가 힘없이 돌다 멈춰버린다. 전압을 봤더니 18V 왔다리 갔다리... 이거 못나가는건가?? 

다행히 상주하는 정비사분이 여분의 배터리를 갖고있어서 금방 점프를 할 수 있었다. 

가뿐히(?) 시동을 걸고 이런저런 출항준비 후 이제 정말 나가야지~ 하고 택시를 요청했더니 이젠 헬기가 이륙하기 위해 런업 페드로 이동중이니 대기하란다.

아니나 다를까 웬 오렌지색 헬기가 느릿느릿 택싱을 하고 있었다. 헬기는 그냥 바로 뜨면 되는줄 알았더니 로터를 기울여서 바퀴로 움직여서 택시를 하고 지정된 이륙 패드에서 출항해야 한다고 한다. 로터는 열심히 돌고있지만 원래 땅을 이동하려고 만든게 아니다보니 택싱 속도가 말도 안되게 느리다. 

겨우 택시 허가를 받고 W2로 나가 RWY 14R에 홀딩하고 있으니 없던 어프로치 항공기들이 나타나서 이륙을 방해하기 시작한다.

이번엔 세스나인가..? 

이미 한대가 눈앞에서 지나갔고 또 다른 한대가 베이스를 막 돌아 파이널로 진입하고 있었다. 아놔... 이거 쉽지 않구먼

타워도 우릴 불쌍히 여기셨는지 두번째 세스나가 내리고 다음 비행기가 베이스에 진입할 무렵 우리를 바로 이어서 RWY14R 크로스를 시켜서

RWY14L에 대기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드디어 Line RWY14L 하고 Before take off procedure!

"PS1112, Cleared for take off RWY14L"

이 말이 이렇게 반가울수가. 클리어 받기 무섭게 스로틀을 밀어 활주를 시작했다. 미처 온도를 생각하지 못하고 55 kts에서 로테이트를 했는데 곧바로 Stall warning horn이 들리며 곧바로 부양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기수를 좀더 낮추고 가속을 붙였는데도 한동안 74kts상승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아마도 지열때문에 공기가 가열되면서 밀도가 낮아져서 그런가보다.

오늘은 시계선행으로 신청을 했기때문에 K를 지나 S까지 가면서 IFR픽업을 요청하기로 했다. 

"Seoul App, PS1112, Request IFR pickup to Gunsan as filed" 

그러자 

"PS1112, Cleared to Gunsan, radar vector to SOT, B576 squawk 6513, Climb to 8000, initially 5000" 이라고 허가가 나왔다.

이걸 다시 리드백 해주면 된다.

송탄까지는 레이더 벡터인데 고도처리를 위해 시에라에서 홀딩하면서 3000피트까지 상승 후 송탄으로 진행한다. 

이때 VOR계기는 다음과 같이 설정한다.

 VOR 1

SOT 116.9 

CRS 193  (항로 B576의 코스 헤딩)

VOR 2 

SOT 116.9 

Orientation 

오산에 컨택을 하면 OLMEN을 지나 ENTEL을 주는데 오늘은 OLMEN을 안거치고 바로 Direct ENTEL을 주었다.

이때 GPS계기가 없으면 fix-to-fix를 써서 찾아가야 하는데 ENTEL은 송탄으로부터 대략 42마일, R193 지점에 있다는 것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만약 나의 위치가 송탄으로부터 R300, 20D에 있는경우 R193, D42는 대략 2배 먼 거리 이므로 R193과 R300의 중간정도 지점을 찍고 여기서 평행하게 중심까지 올려보면 대략 헤딩을 175 정도로 맞추면 된다.




ENTEL을 향해 가면서 군산까지 거리도 확인해보고 ATIS를 청취한다.

오늘도 역시 런웨이 36를 사용중이다. 

이어서 바로 어프로치 브리핑을 하는데 오늘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배웠다.

어프로치 차트에는 중요 픽스마다 DME가 표기되어 있는데 이 거리가 모두 동일한 지점으로부터의 거리는 아니라는 점이다. 군산의 경우는 KUZ 즉 군산 VOR로부터의 거리를 기준으로 픽스가 지정되어 있는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VOR로부터 거리를 측정하여 해당 지점을 지나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김포공항의 경우는 다르다. DOKDO는 SEL VOR로부터 거리지만 그 다음 픽스들은 D4.2 IOFR, D2.0 IOFR 이런식으로 표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VOR로부터의 거리가 아닌 IOFR이라는 GPS상의 특정 지점으로부터 거리를 의미한다. 




따라서 김포에 어프로치할때는 GPS계기에 IOFR이라는 사용자 지점을 입력하여 거리를 확인하는 것이다.


오늘은 차트에 발행된 대로 15DME 아크를 그려서 어프로치를 수행하기 위해 군산 어프로치에 컨택할 무렵 다음과 같이 요청했다.

"Gunsan Aproach, PS1112, Request ILS RWY36 approach via WWOLF as published"

그러자

"PS1112, direct WWOLF" 

그래서 VOR이 작동하는 줄 알았는데 WWOLF에 가까이 왔는데도 VOR의 바늘이 계속 가운데에서 고정이다. 그래서

"Gunsan Approach, it looks like VOR is not working"

그랬더니

"PS1112, expect radar vector to ILS RWY36 approach" 

라고 한다.

결국 DME Arc턴은 하지도 못하고 벡터를 따라가는구나... 이번에는 오리엔테이션을 놓치지 말고 로컬라이저 바늘이 움직이는 곳을 잘 찾아야지 다짐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관제사가 리드를 잘 주어서 갑자기 90도를 꺽지는 않아도 되었다. 근데 이상하게 군산의 ILS는 잘 맞추기가 어렵고 출렁거린다. 

GS는 잘 맞추었는데 로컬라이저가 영 엉망이다. 좌우로 왔다갔다를 반복한 다음 250피트 무렵에서 런웨이 인사이트 후 랜딩!

로우 어프로치를 수행한 다음 다시 김포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길은 역시 Direct ENTEL 다음 B576 항로다. 

VOR1에는 다시 송탄 VOR을 셋 하고 193을 아래로 향하게 한 다음 VOR2로 오리엔테이션을 맞춘다.

오산에 컨택할 무렵 자꾸 우리의 레이더 컨택을 잃어버렸다면서 위치를 보고하라고 요청하므로 픽스로부터 나의 위치를 항상 파악하고 있어야 했다.

항로에 오르자 교관님이 악마의 본성을 드러내시며 오늘 Partial 연습을 해보자고 한다. 

Partial이란 계기의 일부가 고장나서 먹통이된 상태를 가정하는 것이다. 주로 자세계와 헤딩 컴파스 같이 진공으로 작동하는 계기가 주요 시험 항목이란다. 그러면 대략 아래와 같은 상황이 된다.



앞도 안보이는데 자세계도 없고 헤딩 컴파스도 없으면 어쩌란 말이냐! 라고 할 수 있지만 계기비행 조종사라면 당연히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자세는 고도계의 변화량, Wing level 계기로 판단할 수 있다. 고도가 올라가고 내려가는지, 얼마만큼 기울어져 있는지는 계속해서 다른 계기를 교차하며 파악하는 것이다. Heading Indicator의 경우는 조종석 위쪽에 있는 마그네틱 컴파스를 가지고 읽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이 컴파스다. 자기 컴파스는 자성이 있는 눈금이 수평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방향을 알려주는데 이 계기는 종종 혼동을 준다.

아래 그림처럼 12-->18-->15 이런식으로 씌여있다. 다시말해 180으로 비행하다 150으로 외전하면 기체는 왼쪽으로 가야하지만 이 계기는 오른쪽으로 회전한다는 점이다. 이건 잘 숙지하면 크게 혼동스러운 일은 아니다.


또 하나 아주 골때리는 문제는 마그네틱 컴파스는 자연현상으로 인해 일정한 오차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북반구에서 북쪽방향으로 진행할 때 선회를 하면 반대방향으로 살짝 움직였다가 실제 헤딩으로 옮겨진다. 이것은 경차 혹은 DIP이라고 불리는 현상으로 북반구에서는 북쪽으로 비행할때 컴파스가 지연되거나 심지어 반대방향으로 살짝 움직였다가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반대로 남쪽으로 비행할때는 더 빨리 이동한다고 한다. 이것때문에 헤딩을 제대로 유지하거나 변화시키기가 쉽지 않다는걸 느꼈다.

아래 동영상에 이 현상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있다.


이런 현상은 진공 계기로 작동하는 헤딩 인디케이터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는데 Partial 연습을 위해 계기를 가리니까 매우 이상하게 느껴졌다. 마치 머리를 왼쪽으로 돌렸는데 눈은 원래 위치를 보고있다가 조금 지나서 천천히 머리를 따라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계기로 비행할때는 지식이 많이 필요함을 느꼈다.

그 다음으로는 속도계까지 가릴뻔 했으나 다행히(?) 서울에 가까이 가면서 ATC가 많아지면서 더이상의 훈련은 다음기회로~~ 

김포의 바람이 아직 바뀌지 않았는지 14로 유도를 받아서 14R에 내렸다. 살짝 배풍이 있어서 좀더 속도를 빠르게 가져갔는데 야간비행을 많이 했던 버릇이 남아있어서 그랬는지 Idle을 확실히 빼지 않아서 터치다운 할때 살짝 바운싱이 있었다. 좀더 받쳤어야했는데... 

아무튼 후다닥 갔다오려 한 비행계획이 한참 지나서 3.4시간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교관님 덕분에 계기비행에 대해 많은걸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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